히어리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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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종기 댓글 6건 조회 1,514회 작성일 04-12-19 17:42본문
2004년 다사다난했던 히어리의 한해를 되짚어 봅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히어리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네요.
봄입니다. 빨간색 꽃눈이 잔뜩 부풀어올랐습니다. 보아하니 안에서는 준비가 끝났나 봅니다.
아이가 뜨거운 물에 발을 살짝 담가 보듯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봅니다.
따사로운 바깥 기운이 좋습니다. 이제 나가도 될 것 같네요.
그동안 쌀쌀 부는 바람과 태양에서 강하게 내리쬐는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해준 고마운 꽃눈 비늘에게 작별 인사를 고합니다.
꽃은 마지막 기지개를 피려 합니다.
그런데 꽃은 하나가 아닙니다. 그 작은 꽃눈 속에 예닐곱 개의 꽃이 터져 나옵니다.
그동안 꽃눈 속에서 얼마나 갑갑했을까요?
짜잔! 노란색 매력덩어리 히어리 꽃이 완성되었습니다.
이를 축하하듯, 따뜻한 햇살이 꽃이 내리쬐고 있네요.
위쪽에 꽃눈 비늘은 기력이 다했는지 쓸쓸하게 축 쳐져 있네요.
그렇지만 속으로는 뿌듯할 것입니다. 자기의 역할을 훌륭하게 마쳤기 때문입니다.
달력을 빨리 넘겨 여름으로 갑니다.
히어리 꽃자리에는 꽃잎은 온 데 간 데 없고 초록색 슈렉(열매)들이 옹기종기 자리했네요.
가까이 보니 슈렉과 정말 닮았지요.
뿔은 어느 부분일까요? 바로 꽃가루 속 정세포가 미끄럼을 타고 내려온 암술머리랍니다.
암술머리는 수정과 동시에 끝에서부터 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더 이상 꽃가루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이하 사진 속 나무는 히어리와 매우 가까운 도사물나무입니다. 히어리 사진이 없어 도사물나무로 히어리의 가을을 대신 소개합니다.)
가을의 끝 무렵입니다. 슈렉이 노랗게 변했습니다. 노란 슈렉이 웃고 있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살도 좀 찐 것 같죠? 아직 암술머리가 남아있는 것은 자신을 먹으려는 동물을 위협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슈렉이 딱딱하게 말라붙더니, 입을 네 갈래로 쩍하고 벌렸네요. 화가 났는지 곧 씨를 토해 낼 모양입니다.
성질이 급한 슈렉들은 이미 씨를 토해냈고요.
2004년 모든 일을 끝내기 전 히어리 꽃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죠. 열매에서 씨를 토해 낼쯤,
가지에서는 내년에 꽃을 만들 눈이 이미 올라와 있답니다.
내년에는 더욱 건실한 씨를 만드리라 다짐하면서 말이지요.
사진:김종기/글:구자춘
댓글목록
우정호님의 댓글
우정호 작성일실제로 한번도 보지 못했는데 한곳에서 쉽게 볼수 있어 좋네요 내년에는 꼭 실제로 보고 싶네요
홍은화님의 댓글
홍은화 작성일봄에 성대 기숙사앞에 있었는데, 내년에도 있어줄랑가 모르겠네요. ^^ 꽃만 본 이후로 가보지 못했는데, 잘 봤습니다~ ^^
전미경a님의 댓글
전미경a 작성일근데요, 제게는 왜 배꼽만 보이죠?
정명순님의 댓글
정명순 작성일정말 열매가 슈렉 닮았어요. 꽃피는게 너무 신기하고 예뻐요
강병애님의 댓글
강병애 작성일어쩜 이렇게 남의 일생을 잘 찍고 잘 표현할 수가...
최명순님의 댓글
최명순 작성일와우~ 세상에 넘넘 감사함다. 샘의 마음과 손길이 따뜻하게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