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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 그 기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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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live 댓글 4건 조회 1,482회 작성일 03-04-2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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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일요일엔
아름다운 적송들이 모여있는 안면도 자연휴양림에 다녀왔습니다
황장목, 안면도송으로 불리기도 하는 적송의 고요한 자태는 누구나 아시겠지요...
산책로엔 따스한 햇살에 눈이 녹아나기 시작해 질척한 황토흙이 묻어나고
문득 황토흙 대지에서 솟아난  비늘 덮인 토룡들이  하늘향해 죽죽 서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적송은 태고적 땅의 붉은 색감으로 소박하나 고결한 붉은기운을 띈 색조입니다
현대의 레드, 그 현란한 붉음은 결코 품어내지 못하는 우아한 고아미가 있는 색감입니다
적송의 그 단순한 자태나 품위, 솔잎의 색조 또한 나에게 있어서 나무중 아름다움의 으뜸입니다
산봉우리도 조개처럼 아담아담한 야산들로 이뤄진 소나무 휴양림에서
산책길을 벗어나 작은 소로의 산길로 들어서자 그 고요한 산길을 드믄드믄 비추고 있는
햇살과 산길을 덮고 있는 소나무 금빛솔결들의 푹신한 느낌과 내음...
이따금 솔바람이 머릿속을 정갈히 빗어넘기듯 쏴아아 불어오고 이따금 산새들 울고
햇살 받아 금빛으로 빛나는 탄탄한 적송들의 늠름하고 귀한 자태를 지치지도 않고 오래 바라보다...
작목림이 무성한 작은 소나무들이 빽빽한 산속으로 시선을 두면
잔가지 실루엣만큼이나 풍성한 느낌들이 메마른 겨울산에서 환처럼 드리워집니다
사랑,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과거... 내 늙으신 아버지의 느낌이 묻어나고..
난 그만 슬퍼져 먼곳을 응시하다  짐짓, 바쁘게 잠시 걸어봅니다
고갯길을 올라 건너편 야산을 바라보면 잔설이 희게 덮였고, 그 실루엣 너머로는
산자락 너머 창공의 푸른빛을 배경으로 이켠의 소나무들 탄탄한 몸체와
저켠의 소나무들이 잔가지 얹고 변함없는 솔잎 빛 푸르게 드리운 한폭의 동양화 자체입니다
누군가가 소나무의 표피를 깊숙하게 벗겨낸 상처를 안고 있는 소나무 속살에 가만히 손을
대고 오래오래 서 있었습니다...미안함으로.
저항도 못하고 상처를 입었을 나무는 말없이 상처를 안고 혼자 아물리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  나무에 기대어 서서 나무의 상처 위로 중에 엉뚱하게도 침을 쥘 ~ 흘리며 잠시 잠들었었습니다...
소나무 군락의 산길 햇살 따사롭게 비쳐드는 소로에서 상처입은 큰 금빛소나무둥치에 기대어 서서.
당신도 도시의 불면증을 앓고 있다면 큰 소나무에게 기대 보세요...혹시 모르쟎아요..저 처럼요.

안면도는 참으로 귀한 보물을 품고 있었습니다...

댓글목록

송정섭님의 댓글

송정섭 작성일

  그래요, 안면도엔 유난히 소나무들이 많죠. 그것도 적송들로..., 언제 가도 좋은 곳입니다~

최묘순님의 댓글

최묘순 작성일

  정말 감사합니다. 마음으로 쓰신 글,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저도 안면도를 지나면서 일인들에게 상처 받지 않고 고스란히 지켜진 것에 감사해 하면서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름처럼 글도 예쁘시네요.

이양섭님의 댓글

이양섭 작성일

  머리속에 훤히 떠오르네요 소나무 기둥이 모두 적빛인... 상처받는 소나무의 수면효과... 썰물 때 조개가 얼마나 많은지 밥먹는 수저로 마구 펐어요 후후후

이양섭님의 댓글

이양섭 작성일

  멋있어요 ~~~~파도가 밀릴 때 물속에서 산 조개를 그냥 주웠어요... 얼마나 신기하던지... 맛살을 잡는 사람들도 보구요 처음으로 불가사리를 보았어요 조개를 직접 잡았을 때의 즐거움이라니....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