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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장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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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live 댓글 6건 조회 2,498회 작성일 03-04-2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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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드라이브를 하고 왔습니다
작은 트럭을 타고 간사지 논뚝길을 달렸지요^^
(승용차의 견고한 안락함은 논뚝길엔 어울리지 않습니다
당신도 반드시 덜컹이는 트럭을 타십시오!)
바다였던 대지엔 잘가꿔진 골프코스처럼 녹색의 '벼'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아직 물이 남아있는곳 빈터엔 그 우거진 갈대들이 물빛만큼이나 청정했습니다
오리막 근처에 트럭을 세우자 익숙한 엔진음에 무수한 오리들이 일제히 달려옵니다
아아 !!! 그 풍경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난 오리 엄마 입니다
오리들은 해바라기 하듯이 나를 절대자처럼 여기고 일제히 따라 옵니다
논의 구획은 작은 뚝길로 되어 있는데 약 백미터에서 백이십미터로 균일 합니다
그 백미터 뚝길을 오리들이 일열로 일제히 나를 따라서 뛰뚱뛰뚱 숨차게 달립니다
아 ,,, 물론 나는 트럭이 다닐 수 있는 수로의 큰길에서 오리들을 놀리느라 달리고요^^
저쪽에서 하아 ~ 애들아 아안녀엉 ~ 하면 다시 폭좁은 다리로 뛰뚱뛰뚱 숨차도록 일제히 달려옵니다^^
흐히히....
역쉬 '새머리' 녀석들!!! 저것들 아이큐는 아마 이십오에서 이십육정도 일것 같다라고 느낍니다^^
(오리엄마는 조금 더 나갑니다ㅡ.ㅡ)
수영선수 답게 수로로 수영해 오면 쉬울텐데^^
좁은 뚝길로 줄서서 한마리씩 일열로 달려옵니다^^
오리들은 퇴화된 날개 낮은 지능으로 이런저런 것들에게 무수히 잡혀먹힙니다...
일단 그믈쳐진 논 밖으로 나가면 오리들은 죽은 목숨입니다ㅡ.ㅡ
그래서 ..하늘엔 새털 ...아니, 오리털 같은 구름이 두둥실 떠있습니다...
오리들이 사료 먹어가며(원래는 해충을 먹고 살아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택없이 안되니까) 논에서 놀아주면(?) 쌀값이 팔십킬로
한가마니당 대략 두배가까이 오릅니다....
이젠 누구나 우렁이나 오리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경쟁력이 떨어지므로 키토산이니 뭐니 ...한답니다
 
수로엔 닭의장풀이 그 화려한 청색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꽃님이 같은 이 꽃을 ...참으로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노랑에... 코닥 노랑이 노랑의 정점이라면
나의 마음에 청색의 정점은 이 닭의장풀입니다
난 다케시의 청색이나 피카소의 청색이나 러시안 블루보다
푸른 보석같은 태평양의 청색바다 청색보다.. 더 많이
닭의장풀의 청색을 사랑합니다...
지천으로 널린 개망초무리들처럼 닭의장풀도 군락을 이뤄 피는 꽃입니다
촌스런 꽃이지요... 너무나 좋아하는.
집집마다 집앞도로나 집안마당엔 이런저런 꽃나무 구루터기들이 있고
촌스럽고, 또 더러 타는듯 숨막히도록 요염한 꽃빛을 드리운 꽃이나
늘 보아온듯 자연스런 익숙한 꽃들이 가득가득 피어있습니다

(넓은 마당가득 긴 빨래줄에 빨래를 널다가 올려다본 하늘에 가슴이 둥~  뜁니다
너무나 파랗게 맑은 하늘이 금방이라도 쩡 - 하고 깨져서 푸른물이 주르륵 쏱아지면 어쩌나 싶어서..
천지에 쏱아지는 맑고 깨끗한 햇살...
안마당의 꽃밭에
허리높이까지 차오른 맨드라미들은 닭벼슬 같지 않고 하늘로 타오르는 맹렬한 불꽃 같습니다)
집집마다 뒤켠 대숲엔 내키의 두배쯤으로 자라올라온 대나무 새순들이
아직 여린 느낌으로 죽죽 자라나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아도 붉은 빛 비쳐나도록 찢어져라 열린 뽀로수 나무
눈 감기도록 신맛나고 달콤한 뽀로수 열매들이 붉디게 총총 합니다
가장 먼저 먼빛으로도 나무를 붉게 물들이는 나무는 진달래 이고 그 다음이 물앵두 나무 입니다
눈을 들어 사방천지를 바라보면 무수한 소나무들이 있습니다
유년엔 어디로 시선을 두어도 눈 찔리도록 생생한 바늘같은 소나무 잎사귀의 녹색에 그 녹색에 질렸었는데..
그때 녹색은... 지금 표현하자면 왠지 고적한 고독 같았고,
지금도 그 고독감은 사라지지 않고 키 처럼 더욱 자라나 깊어져 있지만
그러나 어느덧 자라오면서 마음에 품은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 입니다...
내 아버지와 다시는 솔밭을 걷거나 솔바람을 맡을 수 없을텐데도..
 
야산 숲의 덩쿨진 녹음들도...덩쿨중에서 칡의 꽃빛도 기억에 선합니다...
칡꽃빛과 칡꽃문양같이 프린트된 하늘하늘한 흰 바탕의 원피스를 산적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호박넝쿨이 힘차게 뻗고 노오란 호박꽃이 크게 피었고,
고구마 순이 힘차게 뻗고 있고, 참외와 수박 오이덩쿨이 무수 합니다...
밭에는 연한 분홍 참깨꽃이 피고 흰 고춧꽃이 피고 콩순이 무성합니다
열매맺는 모든것들과 만져지는 열매들이 벅차게 신기합니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애호박을 따고 풋고추를 따고 오이내음 싱그런 오이를 따고 노각도 따고 과일도 땁니다
이따시 큰 주먹만한 후무사 자두는 특히 내가 좋아하는 것이고 토종 개복숭아와 교배한 복숭아도 큼지막한 황도나 백도보다 더 좋아합니다
도시의 과일가게에서 만난 '앨버트'란 복숭아와 맛이 비슷합니다
붉은 천도복숭아와 옥수수 따위로 가득 채워진 외발 수레를 엎지르는 건 제 몫입니다ㅡ.ㅡ...
이따금 담배나무들이 심어진 밭을 지납니다...
신작로는
황토빛이거나 한여름의 메마른 날에는 뼈처럼 작은 자갈들이 희게 바스락 대거나
한무리의 바람이 흙먼지를 감아올리거나 했었는데
이젠 균일하게 도로포장이 되어있고 길가의 잘 가꿔진 작은 조경수들과 인공으로 가꾼 꽃길들이 한없이 이어집니다...
커다란 코스모스 처럼 핀 주황색꽃은 남미산(멕시코나 브라질의 것일테고..)
원래보다 키 작은 칸나 무리들이 선연한 녹색잎사귀에 진한 붉은빛 꽃을 시원스레 달고 있고
꽃다운 촌스런 빛깔의 이런저런 꽃들이 이어서 있습니다
낮게 타는듯한 깨꽃의 사루비아, 과꽃, 채송화들 아직 피어나지 않은 여름의 끝과 가을을 위한 꽃들도...
 
청둥
오리엄마 노릇을 하다가 물꼬보는 일을 구경했습니다
작은 통로(논뚝) 한삽의 진흙으로 논을 막고 열고 뭐 그러는 일인데
논 바닥이 쩍쩍 말라있어 순간적으로 가뭄인줄 알았습니다(몇일전에 태풍이 지나갔네 어쩌네 한건 까맣게 잊고!)
훔,,,,농사의 기술이더군요
완전히 땅이 말라 쩍쩍 갈라지면 흙속에 산소가 들고 유해균이 한번 살균이 되고
벼들이 뿌리를 필사적으로 뻗어 튼실해져 바람에 여간해서는 엎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벼들이 또 무성하게 쓸데없는 잔가지 치기도 하지 않고요...
한번 이렇게 땅을 굳혔다 물을 넣어 벼를 키우면 가을에 수확할때 논의 물을 빼면 질퍽하지 않아 추수에 편리하답니다
수로..로마시대의 수로 모양으로 동네 저수지가 아닌 어디선가 물이 오고 있습니다
농민들에게 물값은 공짜인데 징수를 하려들면 약 삼백억 정도의 값이랍니다
다만 징수인건비가 백오십억 정도 들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선심이나 쓰자 하고 안받는답니다..
돈 이야기가 나오니 영농자금과 농가 부채 이야기가 나옵니다...
대수롭지 않은 촌 살림에
보통은 몇천만원의 빛이 기본으로 깔려 있는데 장기 상환하기루 되어 있는 기계대금등이라 합니다...
/
밤에는
바닷가 '한진'에서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뻘에서(사실은 자갈밭 같은곳)소라와 꽃게를 잡았습니다...
소라를 줏을때 엔돌핀이 무쟈게 많이 나왔을 것입니다^^
삶아 소라살을 빼내는데까지가 즐거움이고
저는 정작 잘 먹지는 않습니다
한밤에 차량이라고는 전혀없는 바닷가 넓은 도로들을 무한질주하는 즐거움...
이런곳에서는 훔,,,스포츠카가 필요하다라고 느끼며...
멀리 서해대교 교각의 불빛을 기준삼아 낯선길을 달립니다..
 
늘 대호방조제 지나 가던 '도비도'에서가 아니고
'왜목마을'에서 해돋이를 맞습니다
아무런 건물도 없는게 더 좋은데 근처 뒷편에 화력발전소가
생겨나 유감입니다
물론 왜목마을에선 보이지 않지만 말입니다...
도비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면 난지도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예전에도 말했듯이
고삼을 마치고 첫해에 처음으로 수영복입고 간 바닷가 입니다
섬이고 알려지지 않았으니 부끄럽지 않을것이라고 그곳을
택해서 갔는데 그 예전엔 참 좋았었습니다
소나무밭에서 해먹을 치고 누워 바다를 바라보면 바다는
일곱번쯤 빛깔을 바꿔갑니다
지치도록 바다를 바라보다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깨어나
바다에 뛰어들고 하늘이 열린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민박집 주인이 직접 쳐주는 생선회를 먹고 뒷뜰의 고추장독에서 고추장을 퍼오고 깻잎도 따고...즐거웠던 추억들...
밤바다의 파도소리도...
처음으로 바다를 제대로 본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십대 초반의 어느해 와이키키에서 서툰 영어로 누군가에게 한국엔 난지도가 있다라고 말했었습니다ㅡ.ㅡ...
모,,, 물론 난지도 해수욕장에선 윈드써핑 그런건 하지 않고
모래사장 돌아가면 갯바위에서 사람들이 바다낚시를 한다고, 거기에 또...
골뱅이도 잡을 수 있다고!....
이젠 개발이 되어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합니다...

차량에 취사도구 이런저런걸 완벽하게 주섬주섬 싣고
장고항 옆의 용무치에서 바지락을 한 광주리 캐어
석문방조제 뚝길 위에 돗자리(휴대용이 아닌 가정용 큰것)펴고
흐린 하늘 아래 무수히 일렁이는 바람에 감싸여
삼겹살을 구워 소주를 마셨습니다
큰 솥에 바지락도 삶고요...
무디고 큰 부억칼로 수박도 자르고요...
높은 제방 뚝길은 이편저편이 소실점으로 보이도록 일직선으로 뻗어있고...
영혼이 기분좋게 일렁이는 바람결에 다 날아갈것 같았습니다
바다의 여러표정을 바라보다 청회색 하늘이 이윽고
머루빛으로 변하고 빗방울 떨굴때까지...
바다에서 육지로 변한 한켠의 땅들은 마치 아프리카의 어딘가처럼 수풀이 아름답고 고여있는 호수같은 물빛이 아름답습니다
그곳에도 청둥오리가 떠 있습니다...
다리 긴 흰 두루미도 있고 이름모를 철새들이 날아오릅니다
...

댓글목록

이현구님의 댓글

이현구 작성일

  훌륭한 추억여행 같읍니다.후무사 정말 맛있는 것 같아요...

신흥균님의 댓글

신흥균 작성일

  olive님이 보신 것들은 세월이 지나도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마음속에 담고 있는 것은 결코 실망으로 다가 서지는 안겠죠?

이양섭님의 댓글

이양섭 작성일

  읽은 것이 아니라 머리속으로 함께 다녀온 듯 합니다. 닭의 장풀.... 내가 토요일 퇴근 후 자주 혼자 가는 동네 산에 여름, 나무밑에 많이... 하늘에서 내려와 미쳐 못 올라간 별 같아요 색상이 별빛색 이라서 그런가? 아름답고 정겹고 맛있는.... 읽는 동안 즐거웠어요

olive님의 댓글

olive 작성일

  누군가 알려줄런지 ..모르지만, 닭의장풀을 관상용으로 재배하는 곳은 없겠죠... 그저 자연적으로 자라고 핀다는것만 아는데...

김장복님의 댓글

김장복 작성일

  와! 장문의 글 잘 보았습니다. 아름답고 살가운 정경이 눈에 선하군요.

최묘순님의 댓글

최묘순 작성일

  맞습니다. 맞고요. 그 뭐...렘브란트의 블루보다 닭이 장풀 달개비 꽃의 파랑이 훨 이쁩니다. 올리브님의 아름다운 생각고 마음에 맘껏 동참하고 나니...정말 저도 행복해졌습니다. 여행은 정말 묘한 묘한 묘한 설레임 행복입니다. 저도 이번 주에 섬진강을 다녀 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