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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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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live 댓글 7건 조회 1,972회 작성일 03-06-2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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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고운 소리로 비 내립니다
어여쁘고 정갈하게 은빛 사선을 그으며 가즈런히도 내립니다
아슴아슴 내 잠속에
연둣빛 여린 목련나뭇잎에 보석같은 구슬을 만들어 놓고
훌쩍 푸르게 솟아오른 송순의 ..아래께 솔잎마다 무수히 무수히 보석같은 물방울들을 달고
한무더미의 모과나무 잎사귀 가득
운동장~ 만한 저 이름모를 나무의 잎사귀 가득, 이름모를 나무들 가득가득..
창가의 매실나무 가득 참으로 고운 소리로 비 내립니다
비의 주렴을 헤치고 비의 저켠에 있을것만 같은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싶은 금요일 저녁입니다ㅡ.ㅡ..
비 다하도록 밤 다하도록 한 단지의 술을 비의 저켠에 있는 누군가와 함께 마시고 싶은 그런 날이군요...
하지만 이렇게 나무들과 가까이 같은 키로 앉아서 내리는 비를 느끼는것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매실들이 풀빛을 풀고 귀한 겨잣빛을 내고 있는 사이 소나무의 초록 열매가 보이는군요 ( 유식하게? 솔방울^^)
한켠엔 개살구들이 가지가 찟어져라 열려 잎사귀를 뒤집고 있지만 저 아래에선 안보이는 모양입니다
언젠가는 모처럼의 불면증을
소주 석잔으로 완패시켜 누르고 잠들었는데 누군가가 내 몸을 발로 차는듯한 기분나쁜 악몽에 깨어났습니다
누군가 그 개살구를 몽땅 따내라는 지령을 받았는지 내내 나무를 발로 차고 흔들고 후비는 소리는
잠에서 깨어난 한시가 넘은 시간부터 세시까지 이어지는데  전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런 부류의 사람이 전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두렵기 때문입니다
비 상식적이고 폭력적이고 비열하고 몰염치한 사람 말입니다...
잘못된 틀린 생각을 품은 집요한 사람도 호환마마보다 무섭습니다...
하여, 잠에서 깬 그날밤은 사뭇 철학적인 생각에 젖었던것 같습니다
개살구....
시선 끄는 열매 맺고 있어서 약탈의 대상이 되는 일이 나무뿐이랴 하는 생각말입니다.../

어떤 사회학자는 여자는 지도를 잘 읽지 못하고 어쩐다지만
저는 꽃지도를 봅니다...
사실은 처음으로 방문한 나라, 낯선 도시에서도 저는 제 가방이 있는 호텔이 현재 위치에서
좌우 앞뒤 몇도 방향 어느정도의 거리에 있는지  그냥 느낌으로 알수 있습니다
그러나 꽃지도는 눈으로 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ㅡ.ㅡ....
대부분은 눈으로 봐야 비로소 접혀진 기억의 창고에서 꺼내져 꽃속으로 입수합니다
물론 전혀 모르던 꽃을 보는 경험은 또 하나의 세계가 열리는 그런 경험입니다..

김은주님처럼
늘 익숙하나 이름을 부를 일도, 필요도 모르던
꽃에 무지한 상태에서 늘 주변에 있어온 꽃을 점검하시는 분도 계시고
김은주님의 풍만한 원추리들
그리고 우리꽃이라는 설명듣고 새삼 흐믓한 벌개미취...
이용일님의
사랑걸린 대추나무^^ 보고 반들반들한 대추나뭇잎에 어느덧 마음이 곱게 치자빛으로 물듭니다요 ...
송정섭님의 꽃속의 꽃을 보니 ... 아하 꽃들도 촛불잔치를 벌이는구만... 하고 엿봅니다
잎속에 꽃을 품고 있느 오아시스...
박재옥님의
갯기름나물을 보면서 저는 엉뚱하게도 전혀 다른 밭고랑에 흔한 비듬나물이 두 종류 떠오르더군요
그중에 한 종류는 들기름 초고추장 갖은 양념으로 무쳐먹을 수 있는 것이랍니다 ㅎㅎ
그런 맛깔스런 무침을 해주는 어멈도 없고... 오랫동안 이 도시에선 왠지 먹어도 먹어도 허기집니다
수생식물을 보여주시는 김냠윤님 김은주님의 사진을 보면서 저는 돌확( 돌절구)을 둘 수 있는 마당을 엄청 부러워했습니다 ㅡ.ㅡ...
안향순님의
참나리를 보면서 엄청난 느낌을 가졋습니다..
마론린 먼로가 다시 살아나면 그녀에게 이 엄청난 색조와 무늬 지닌 원피스를 입혀야지 하는 마음요..
정경해님의 메느리 배꼽은 왜 그리도 마음에 드는 색조인지 모르겠습니다.. 꽃도 첨 보고요..
낯설기만 한 분홍색의 일월비비추는 프랑크톤을 먹는 어류 같습디다...
가난한 olive는 꽃지도의 사진들을 보면서 단백질을 섭취하는 아해임을 고백합니다 ...흑흑흑---
....

그리고 난도매를 했었다는 분이 이 공간에 ...

저는 난 화분 하나 없어도
스스로의 마음에 일말의 의혹도 없이 진심으로
저는 여전히 난을 사랑한다고 말하곤합니다..
그것이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겐 가증스럽거나 허위의 느낌이 드는 모양입니다 ㅡ.ㅡ..
자택에
근사한 난실을 꾸미고 있거나 베란다 가득 비싼 화분들을 늘어놓고
이런저런 지식을 읊으면서 애란인을 자처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네... 저는 분명히 난을 사랑해요
특히 청한란을 말예요...

하지만,
그 지극한 사랑 만큼 아픔과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지요...
몇년을 키우던 난이 어느날 전부 같은 시기에 도저히 이유를 모르게 속수무책으로 죽어버렸지요
..../

나에게 어느날
오래 내 곁을 맴돌던 순한 바람이
詩 인양
한란 화분 하나
내 품에 떨궈놓아
난 이른 봄의 첫새벽부터
가슴이 둥하고 맑게 뛰어
詩 인양
한란에 이끌려 깨어나곤 했지.

바라보면
새벽의 난은 기품갖춘 그 영혼이 드리워져 있었고
한낮이나 한밤이나 저녁 무렵의 난은
매초롬히 윤기있는 청정함으로 단아하게 침묵하고 있었지.

난은
나의 오랜 눈맞춤에
신기한 첫 아이처럼 꽃대 올리고
나의 찬탄 품은 탄성 눈물방울 되어 어리고
난의 풀빛도 둥글게 굴러 대궁이 위에 얹혀 벌어졌지.

이른 봄날의 첫새벽마다
난 가슴이 둥하고 맑게 뛰어
청청하게 깨어났었지
나를 부른건
순한 바람인지 詩인지 蘭인지...

/
오늘의 꽃에
어제는 제가 사랑하는 닭의장풀이 있었고요..
오늘은 노란색 채송화가 있지요..
닭의장풀은 스스로도 좋아했고요 그런 저를 보고 제 아버님이
중국의 대단한 시인이 꽃이 피는 대나무라고 하면서 수반에 꽃아두고 즐겼다는 설명을 듣던
그 시간이 사무치게 그리운지도 모르겟습니다...
어느날은 오이를 따서 주머니칼로 벗겨주셨던 기억에 저는 지금도 생오이를 우걱우걱 베믈어 먹는걸 좋아합니다....
어느날 로마에서는
무언가의 일로 사무치게 아버님이 그리워 한식당 아리랑인가 ..하는 곳에서 가난뱅이 올리브가
거금( 엄청난 거금) 삼십블에 소주랑 호박 같은 오이를 산적도 있네요...
유년의 오이꽃 핀  오이 덩쿨도 사랑스럽고요.. 그 근처의 참외꽃 덩쿨도 수박밭도 잊을 수 없습니다
닭의장풀은  방사물질의 누출지표 식물이라고 설명하셨는데 ...
저는 오래전부터 화학과의 교수님들이 그러셨습니다
제가 느끼는 컨디션에 따라서 ... 비오디... 수치를 따로 재지 않아도 될것 같다라고요
노오란 채송화 꽃말이 가련함이군요
닭의장풀 꽃말도 제겐 해당이 안되듯이 노오란 채송화도 그래요...
채송화는 장독대 근처에 피던 꽃으로 기억해요...
유년엔 참으로 현란한 꽃빛이었는데 지금은 잊고 잊어가는 꽃이예요...
언젠가 제 이멜로 토종 채송화인지 겹채송화 씨앗인지 무언가를  묻던분이 계셨어요
어쩌면 제가 물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느새
비 그친 저녁
모든게 너무나 고요하게  제 자리에 미동조차 없이 서 있습니다...

비회원도 이 공간에 글쓰기를 해도 된다고 해서 머믈렀지만
왠지 아무것도 아닌 아해가 크게 실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감사했습니다..
greenland_olive@hanmail.net
...
 


댓글목록

박종임님의 댓글

박종임 작성일

  글을 읽으면서 함께 아파하고 기뻐하였었는데...실례는 늘~ 저도 하고 있는걸요^^혹 모자라고 꺼려지는 부분이 있다해도... 서로 기다려주고 격려해주는 인간미 넘~치는 114로 알고있는데... 올리브님 편한 마음이시길 바랍니다^^

정경해님의 댓글

정경해 작성일

  예전부터 올리브님의 글을 읽으면서 하얀새를 떠올렸습니다...순백의 하얀새... 그저 새처럼 떠나버리시는건가요? 설마 그건 아니겠지요?

송정섭님의 댓글

송정섭 작성일

  이제 인사는 이 정도면 됐다. 그래서 본론으로 들어가자 고 인사하는 거죠? 안녕! 이라고... 올리브님은 어디 멀리 못가십니다~

이양섭님의 댓글

이양섭 작성일

  ???? 가신 듯 도셔 오소서~~~~~

안정숙님의 댓글

안정숙 작성일

  항상 olive 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텅 비어 버리곤 했어요. 마음을 비우니 편안하더군요. 근데 이젠 또 채워 주세야죠?  책임지세요~잉 잉~. 그냥 편안하게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김정림님의 댓글

김정림 작성일

  글도 항상 장문으로 잘도쓰는군요.근데 안녕 이라구요? 그러믄 안되는디......

김귀병님의 댓글

김귀병 작성일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꽃을 사뿐이 즈려밟고 가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