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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짜라라락! 꽈르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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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명자 댓글 18건 조회 2,777회 작성일 07-07-3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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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짜라라락! 꽈르르르릉!
우와~ 죽는 줄 알았슴다.

일요일
경북의 북쪽에 있는 산에 갔슴다..

8시에 산행 시작하여
일행 두 사람과 함께 쉬엄 쉬엄 올라가면서
구름 속을 헤매었지요.

“오후에 한 때 소나기 20ml~50ml 비 올 확률 40%, 곳에 따라 천둥 번개”

기상청 예보가 언제 맞았던가 코웃음 치면서
일기 예보에 비 안 올 확률 60%에 기대를 하고 기운차게 나셨슴다.
그래도 내심 걱정이 되어서 일회용 비닐 우의는 베낭에 쑤셔 넣었습져.

솔나리, 일월비비추, 동자꽃이며...
나타날 때마다 탄성을 지르면서 눈맞춤하는디
두 분은 촬영을 하느라 시간이 지체 되었지라.
지는 원래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으니 구경만 실컷 합니다.

일찍 서둘러 출발한 탓에 다들 아침 식사가 부실하였음은 뻔한 일.
하여 12시쯤 정상 못미처 자리를 잡고 김밥으로 허기를 때운 뒤
주변 바위를 뒤지면서 열심히 이쁜이들을 들여다보고
1시쯤 산 정상 아래에 막 도착했는데.

번쩍~~!
짜라라락! 꽈르르릉...콰광!

헉!~
불이 번쩍거리고 번개에 이어 천둥이 치더니
숲이 요동을 치면서 후둑! 후두둑! 소나기가 떨어집니다.
비닐 우의를 얼렁 꺼내 입고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는데.

하이고~!!!!
바람이 어찌나 센지, 우의가 찢어질 듯 사납기 그지 없슴다.
한 분은 영상 자료 만든다고 무거운 비디오 카메라도 가져갔으니
카메라가 젖을까 노심초사.

나무 밑에서 세 사람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묵념만 하고 있었습져.
이십여 분 그렇게 꼼짝 못하고 있는데..
오예~!
다행스럽게도 얼핏 비가 그치네여.

옳다꾸나 이제 살았다 하고
정상에 있는 한 녀석을 꼭 봐야겠기에
엉금엉금 바위 위를 기어오르는데.

또 다시 쫘르르르.........
오히려 비가 오는 기세는 더 세어지고
바람은 더 사나워져서 내동댕이쳐질 거 같슴다.
이럴 땐 작전상 후퇴다 하고 뒷걸음질로 얼렁 내려왔는디...
옴마야~!
천둥 번개도 더 요란을 떱니다.

아고고....! 천지신명이시여!.
지는요. 벌 받을 짓 한 적 없슴다요.

넘의 밭에 참외도 딱 한번 따 먹었고요.
떡개구리 뒷다리 구운 것은 오빠야가 줘서 먹었고요.
지붕에 잠자고 있는 참새 잡는데 지는 후레쉬만 비추었걸랑요.
긍께요 지한테 벼락 때리지 말아주세여.

정상 바위 바로 아래 숲에서 꼼짝도 못하고 서 있는디,
탐사대장이 삼각대를 얼렁 바닥에 던져 버립니다...
그래도 지는 등산용 지팡이를 땅바닥에 꽂고 끝까지 들고 있었슴다.

하모요.
어제 배초향 이파리 갉아 먹는 메뚜기 잡은 정도 가지고 벼락 때린다믄
천지신명님 소갈때기는 분명 밴댕이 소갈때기일텡게요. 암만.

아침 일기예보 듣고 설마 했더니,
요즈음 기상청에 지보다 좀 똑똑한 사람 들여놓았나 봅니다.

우의를 타고 내린 빗물이 바지 가랑이를 타고 흘러서
등산화 속으로 기냥 줄줄 흘러들어 옵니다.

지가 같이 산에 가보자고 해서 따라온 샘은
고가의 비디오 카메라 땜에 걱정이 태산입니다..
우선 급하게 비닐 봉지 속에 넣었지만
강풍과 거센 빗줄기는 감당을 못할 지경이었습져.

오늘 탐사 대장님은 비가 그칠 때 까정 기둘렸다가
꼭대기에 있는 흰장구채 녀석을 보고 가자 하심다.
여그까정 다 와서 기냥 돌아가믄 너무 억울하다고요.

근디 비는 그칠 기세를 보이지 않지요.
비디오 샘은 자꾸만 내려가자 하지요.
번개는 더 번쩍 거리지요...
하늘이 말리는디 우쨉니까.

결국 포기하고 내려 왔습져.
나무 계단을 내려올 때는 강풍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한 손에 지팡이 짚고, 한 손으로 밧줄 잡고 버티는디.
하이고~~~!
우의가 홀라당 뒤집어져 아이스께끼를 합니다.
하긴 우의는 베낭 덮개 역할 밖에 기대할 수 없었응게요.

허겁 지겁 산을 내려오는데
그 난리통에  전화는 왜 신나게 멜로디를 울립니까.
" 야야! 내 지금 니하고 입맞출 정신 없다이. 이따 내려가서 보장게, 기둘리그라."

등산화는 질벅거리고, 길은 미끄럽고....
3시간을 덜덜거리면서 내려오니
오전 내내 구름 속을 헤매었는데,
거의 하산할 때 쯤 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이 쨍하게 맑아졌슴다.
그래도 비 맞으면서 산을 타니 재미있던데여.

여분으로 가져간 양말과 운동화를 갈아 신으려고
젖은 신발은 벗으니...
발가락이 불어서 하얀 알감자 다섯개가...ㅎㅎㅎ

하산하여 전화번호를 확인하니
경천동지하는 날씨가 걱정되어서 엄니가 전화를 하였구만요.

"야야! 거기 괜찮나? 여기 난리났다"
"여기요? 비 한방울도 안 왔는디여."
요럴 때 거짓말 하는검다.ㅎㅎㅎ...

저녁 뉴스에 등산객 5명 벼락으로
사망했다는 소식 듣고

흐미~~~!
참말로 간이 부었었구나......
아찔합디다.

그래도 솔나리는 원 없이 봤고요. 흰솔나리에 네귀쓴풀도..,
동자꽃, 참취, 참배암차즈기, 은분취, 솜분취, 등대시호, 개시호, 속단,
꽃봉오리 맺은 산부추와 구절초, 가는장구채, 작은산꿩의다리, 일월비비추, 왜솜다리
산꿩의다리, 난쟁이바위솔, 좀바위솔, 새끼꿩의비름(냉중에 엽병에 살눈 확인 해봐야),
 병아리난, 참꽃나무겨우살이(꽃이 다졌지만) , 방울고랭이, 뚝갈, 마타리, 등골나물, 벌등골나물
산앵도나무 열매, 바위채송화, 돌양지, 말나리, 하늘말나리, 2주 전에는 귀한 천마꽃도....

조 아래에 네귀쓴풀 올리신 전경녕님이 탐사 대장이셨슴다.

댓글목록

이한윤님의 댓글

이한윤 작성일

  ㅎㅎ 월매나 놀라셨을꼬....뉴스에 나오질 않으셨으니 천만 다행입니다.^^ 그런데 네귀쓴풀이 지금 피는군요...

이이재님의 댓글

이이재 작성일

  오메~!! 천둥 번개에 놀라신 맘, 하메 눈에 선하네요. 먼저 다행이라는 말씀 전합시고요, 지 같음 멀 봤는지 우찌 하산을 했는지 까마귀 고기 열 댓근을 먹은거 맹키로 싸-악 다 이자뿌쓰낀디 겁나게 대단하심다. 절케 많은 걸 다 기억하시고...난리 부르스였다는 날씨도 대단했지만 그 와중을 뚫고 산행하시고, 사진 찍으시고, 가심에 담아온 것들 줄줄이 꾀시는 님들..!! 야아~~~ 멋져부러요!! 참말 암 일 없이 귀가하셔서 소식 전해주심 겁나게 반갑고 좋아부러요~~!! 히힛~ *^____^* 몸은 괜찮은 거지~라?? 여름 감기 조심하셔야 헌당게요!!

윤재영님의 댓글

윤재영 작성일

  저는 그날 태백산에 올랐었는데 천둥,번개가 얼마나 치는지 벼락 안맞을라면 평소에 남에게 몰할 짓을 안하고 선행을 베풀어야 하는데...라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높은 산엘 가보니 야생화가 참으로 많습니다. 비만 안왔으면 더많은 꽃을 보았을 건데 아쉬웠습니다.

한미순님의 댓글

한미순 작성일

  이곳 진주는 아무일도 없어서 몰랐는데 뉴스에서 등산객 사고 소식을 접했네요 대단하신 남명자님 글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만 ....놀라셨겠어요 그런데 우찌 이렇게 꽃이름을 잘 아신당가요?ㅎㅎ

남명자님의 댓글

남명자 작성일

  다리에 무리가 있어서 높은 산 오르기를 겁내었는데 같은 산을 2주전에 11시간 산행하고 그제 8시간 산행 하고나니  이젠 꽃보러 아무 곳이라도 갈 수 있을 거 같슴다.  높은 데를 올라야 귀한 꽃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감기는~~ 아무 걱정 없습니다.!

송정섭님의 댓글

송정섭 작성일

  식탐기행을 참으로 살감나게 잘 정리하셨네요. 장마철엔 그래도 믿을 게 일기예보밖에 없는데..., 산행시 정말 조심들 하셔야 합니다. 고생하신만큼 야생의 좋은 친구들 많이 만나셨네요. 

정정학님의 댓글

정정학 작성일

  우째 이리 너스레를 재미있게 잘 떠심나유?  그래도 이쁜 애기를 많이 보고와서 고생한 보람은 있었겟네요.

김종건님의 댓글

김종건 작성일

  우중 산행도 할 만합니다. 좋은 경험이 되셨겠습니다.

김장복님의 댓글

김장복 작성일

  낙뢰에 의한 사망 소식이 정말 안타까웠는데 어려운 산행을 하셨네요.
아무쪼록 우중산행시엔 조심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허 ㅎㅎ...위로를 할까요,축하를 할까요? 대단하신 산행이었네요.그래도 평소에 나쁜 짓 않고 착하고 성실하게 살았기에 정성이 하늘에 닿았네요 그려.전경녕님 따라댕기자믄 멋진 탐사기행은 보장되겠지만 몸은 좀 괴로움을 잘 견디셔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그래도 네귀쓴풀에 솔나리와 흰솔나리 등 귀빈들과 알현했으니 후일담은 재미있게 잘 봅니다.탐삿길은 늘 어려움과 고난이 따르건마는 기회만 되면 벌떡 일어나 나서는 그 맘 알 것도 같습니다.요새는 도통 큰 산엘 가지 못해 귀빈들을 배알하지 못하는군요.며칠 전 태기산 정상과 계방산 운두령을 짙은 운무때문에 10m 앞도 안보이는데 비상깜박이 켜고 지난 건 아무 것도 아니네요. 천둥 번개는 없었거든요.북한산과 수락산 사고 보도를 보면서 마음이 언짢더군요.무사히 탐사하고 내려왔고 귀한 녀석들 만난 걸 가슴으로 축하합니다.

남명자님의 댓글

남명자 작성일

  꽃바람이 단단히 나서 큰일입니다. 좋지 않은 무릎 때문에 운동을 위해서 가벼운 산행은 하는데..이젠 그 정도가 성에 차지 않으니..... 주말만 되면 또 어디 갈 데 없나...궁리만 합니다. 어줍잖은 글 읽고 꼬리달아 주신 님들 감사함다. ^^*

김용환님의 댓글

김용환 작성일

  재미있게 실감나게 읽었습니다. 벼락 천둥 칠 때는 낮은 데로 임하소서!!!

이향숙님의 댓글

이향숙 작성일

  넘 넘~잼나게 읽었습니다~~무릎 아픈데 그렇게 용감하시네요~~저도 무릎이 고장이라서 요즘은 큰산엘 못 가 아쉬움이 한가득인데~~용기 부럽습니다~^^*

장은숙님의 댓글

장은숙 작성일

  하하 원래 벼락맞으신 분은 억울하신 분이고 그 옆에 계신 분이 모진 분이시라는...

정윤영님의 댓글

정윤영 작성일

  나는 정말로 전경녕님은 안 따라 다녀야지.^^* 예쁜 꽃들 많이 보고 무사 귀환하신 걸 축하합니다.

전경녕님의 댓글

전경녕 작성일

  미칠려면 온전히 미쳐야지 설미치면 사람잡습니다.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허ㅎㅎ...ㅋㅋㅋ.....전경녕님께서 꼭 맞는 말씀을 하신겐지 반대로 사람 잡을 말인지 아리까리...설 미치면 사람 잡는 건 분명 맞는데 온전히 미친 것도 사람 잡을 수 있걸랑요.그 말을 들으며 문득 불치병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불치병이란 고칠 방법이 없는 고약한 질환일진대 고치지 못하면 큰 일이 나거나 생명을 잃는 병도 있겠지만 고칠 필요가 없거나 고치지 않아도 건강을 해치거나 생명을 잃을 일이 없는 불치병도 있을테니까요.꽃에 미친 사람도 분명 불치병자인 거 맞지요? 헌데 꽃에 미치는 것도 온전히 미쳐야지 설 미치면 사람 잡는 거는 맞긴 맞네요.그래도 온전히 미쳐서 사람 잡는 수도 있으니 절제는 필요하지 않을런지요.남명자님이 꽃바람 단단히 난 거야 제비한테 홀린 것도 아니고 자신이나 가정이 파탄 날 일도 없으니 그냥 평생 앓으셔도 될 것 같네요.

남명자님의 댓글

남명자 작성일

  제가 아직 설미쳤거덩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