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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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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윤영 댓글 10건 조회 2,192회 작성일 08-02-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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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체 잔병치레를 하지 않은 편이라
한번 몸살을 했다 하면 심하게 앓곤 합니다.

엊그제 저녁부터 어제까지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심한 몸살을 앓았습니다.
배탈 설사에 온 몸이 으슬으슬 춥고 무릎이 시리고
심지어 손가락 발가락 끝까지 모두 저렸습니다.
어제는 흰죽을 끓여 먹었습니다.

오늘도 일어나기가 싫었지만 억지로 일어나 샤워를 하고 동산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생각보다 아직 바람이 몹시 차갑습니다.
오랜만에 주인과 동산을 도는 봄이 녀석은 신이 나서
밭으로 산으로 천방지축 뛰어다닙니다.

그리곤 따뜻한 방에 앉아 이불 속에 발을 묻고서 도종환 시인의 신간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를 읽었습니다.
마음과 몸의 병을 얻어 산에 들어간 시인이
병든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숲에서 들려주는 청안한 삶의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창밖으로 동산을 바라보니
햇살이 정말 따스해 보였습니다.
더 많은 풍경을 보려고 젖빛 유리창을 떼어내었습니다.
봄이 벌써 우리 옆에 와 있네요.

이왕이면 더 맑은 숲의 모습을 보려고
나머지 유리창을 떼내어 물수건으로 깨끗하게 닦았습니다.
겨우내 끼었던 먼지를 닦고 나니 동산에 비치는 햇살에 눈이 부셨습니다.

산마루엔 바람이 헤집고 다녀 나뭇가지들이 마구 일렁거렸습니다.
딱새 한 마리가 자그마한 감나무에 앉아 '딱 딱' 소리를 내며 웁니다.
아, 노랑턱멧새 무리가 동산을 가로질러 숲으로 날아듭니다.
가을에 스러진 마른 풀잎들이 지푸라기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게
무척 한가로워 보입니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평화입니다.
너무 바쁘게 살았나 봅니다.
겨울이 지나야 봄햇살이 빛나는 줄 알듯이
심한 몸살을 겪고서야 비로소 마음의 여유를 맛보나 봅니다.

지금 읽고 있는 작은글의 제목은
'상처 없이 어찌 사랑이 움틀 수 있을까요'입니다.
오후엔 며칠 뒤에 할 울타리 정리 작업에 앞서 철조망을 제거하려고 합니다.
이제 슬슬 봄맞이 준비를 해야겠어요.
 

댓글목록

한한석님의 댓글

한한석 작성일

  정선생님께서 꾸며가시는 뜨락의 모습이 그림처럼 닥아옵니다. 천천히~ 천천히  건강챙기시면서 해나가세요. 봄맞이준비 ~ ~  아무래도 그곳은 따뜻한것 같네요.

송정섭님의 댓글

송정섭 작성일

  이제 자연에 안착하신듯 합니다. 도종환님을 닮아가시는 것 같기도 허구요. 이제 슬슬 쾌차하실 것이니 앞으로 서실 자연에게 신고식 했다고 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구대회님의 댓글

구대회 작성일

  봄 기운을 흠뻑 받으시고 건강하세요....^_^**

서말구슬님의 댓글

서말구슬 작성일

  벽지의 꽃은 무슨 종류 일까요ㅡ,,ㅡ 과꽃일까요^^*
나란히 솟아오른 봉분이 따스해 보입니다..좀 있으면 그 근처에 할미꽃이 피어날것 같군요
...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새로운 보금자리를 다듬느라 즐거움도 컸겄지만 너무 무리했나 봅니다.새로 자리를 잡다보면 마음과 몸은 바빠도 생각처럼 쉬이 정리정돈되지는 않지요.무리하지 마시고 천천히 즐기면서 손보도록 하시고 얼른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고재영님의 댓글

고재영 작성일

  봄이 쉽게는 오지 않는것 같네요.. 살아가는 모습과 마음이 짠하네요.. 건강한 새봄 맞으시길 바랍니다.

이상민님의 댓글

이상민 작성일

  곧 되돌아 올 봄을 맞아 건강 빨리 회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서말구슬님의 댓글

서말구슬 작성일

  아직도 앓고 계신가요.. 헛 - 걱정이...
노지 냉이랑 달래랑 잡수시고, 굴튀김도 해 드시고, 햇볕도 드시고, 바람도 드시고
미온수 따스한 물의 신에게 건강을 돌려달라 청하시고...그들이 부탁을 들어주는지 안들어 주는지 결과를..

최명순님의 댓글

최명순 작성일

  아! 정말 반갑습니다. 얼마전 절 아끼는 동료선생님이 아름다운 그 책을 소중히 제게 안겨 주었습니다. 아껴가며 읽고 있습니다. 책 제목이 제게 향해 진심으로 ~~~ 정말 곧 가고픕니다. !!!

박희진님의 댓글

박희진 작성일

  지금은 많이 나으셨는지요?  건강이 최고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