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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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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요조 댓글 11건 조회 2,597회 작성일 03-11-2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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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여행

강원도 홍천,
대명 비발디파크의 참나무 군락지인 산책로,
가도 가도 온통 낙엽 뿐일 것 같은 호젓한 산길을
지천으로 널린 갈색 낙엽에 지쳐 컥 숨이 막힐듯한 호흡을 고르며 걸으며..

푹-푹...빠지도록 차곡 차곡 쌓인 낙엽을 발목이 시도록 밟으며...
떡갈나무, 상수리.....(갈참,굴참,졸참,신갈)잎새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건듯부는 바람에도 맥없이 마구 날리는 마지막 잎새를 처연히 맞으며..
(하늘 한 번 바라다 보고)
절대자는 무엇 하나라도 그저 만들지 않으셨다 하셨거늘,
낭만보다는 떨어져 누운 낙엽에 대해, 생각을 하며 걸었다.

떨켜가 없는 낙엽들은 작은 바람에도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그, 떨켜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알았다.
떨켜?
우리 삶의 진정한 떨켜를 견주어 생각해 보았다.

파티가 절정일 때 사라진 신데렐라가 아름답듯이…….
파티의 파장은 쓸쓸하고 추하다.

떠날 수 있을 때 떠날 수 있음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시간 맞추어 기차역에 나가듯 때 맞추어 갈 수 있는 인생,
약간은 아쉬운듯한 나머지 생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그렇게 아름답게 떠나고 싶다.

그런 기특하고도 소중한 [떨켜]가 내게도 존재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마지못해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그런 나무보다는....
종당에는 참한 떨켜로 이生을 예쁘게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엄살끼 유난한 구물잡담(口勿雜談)이런가?
적어도 늘그막에 누레오치바(젖은 낙엽)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제법 쌀쌀해진 오후, 일몰 전 산책길을 서둘러 내려왔다.


이요조/2003년 만추에


떨―켜[명사] 낙엽이 질 무렵, 잎꼭지가 가지에 붙은 곳에 생기는
특수한 세포층. 수분을 통하지 못하게 하여 잎이 떨어지게 하며,
잎이 떨어지면 그 떨어진 자리를 보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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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끼리 모여 산다

낙엽에 누워 산다./낙엽끼리 모여 산다./지나간 날을 생각지 않기로 한다./
낙엽이 지는 하늘가에/가는 목소리 들리는 곳으로 나의 귀는 기웃거리고/
얇은 피부는 햇볕이 쏟아지는 곳에 초조하다./
항시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나는 살고 싶다./
살아서 가까이 가는 곳에 낙엽이 진다./
아, 나의 육체는 낙엽 속에 이미 버려지고/
육체 가까이 또 하나 나는 슬픔을 마시고 산다./
비 내리는 밤이면 낙엽을 밟고 간다./비 내리는 밤이면 슬픔을 디디고 돌아온다./
밤은 나의 소리에 차고/나는 나의 소리를 비비고 날을 샌다./낙엽끼리 모여 산다./
낙엽에 누워 산다./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슬픔을 마시고 산다./
(시집 {하루만의 위안}, 1950)/- 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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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山이 숲을 이룬 곳에는/ 뭇 생명이 자란다. 숨을 헐떡이며/
개울이 자라고 나무가 자라고, 하찮은 풀잎이나 못쓰는 돌멩이도 자라서/
계곡을 심고, 그곳에 뭇 짐승을 키운다.(윤중호의 시 '靑山은 부른다 3'에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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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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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주어버린 낙엽은 식물이 쓰다버린 쓰레기가 아니다.
        나무가 잎을 만들어 광합성을 하고,
        힘이 다하여 다음을 약속하며 떠나보내지만 마냥 버릴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썩어 뿌리 끝에 닿도록 떨군다.
        떨어진 낙엽은 나무 주변을 덮어 땅을 보호하고,
        더불어 사는 뭇 생물의 먹이가 되며,
        썩어 문드러져 진토가 되어 손에 잡히지 않는 헛것으로 돌아갈 때까지
        떠나온 나무를 위한 희생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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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裸木


가자~ 떠나자
이제는 떠나야 할 때

벗어서 더 아름다운 너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 다 내어 줄지라도 아깝지 않으리

헤어지리라~ 말없이..
바람에 비처럼 흩날리다 한 줌 흙이 된다 한들

너의 수액으로 다시금 물 오를
봄 날의 맹세를 내, 들은 바 없어도

낙엽이 지는 창가의 풍경에서
나도 그리 떠나리라.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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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켜란?

낙엽은 잎의 잎자루와 가지가 붙어 있는 부분에 떨켜라는 특별한 조직이 생겨나서 잎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떨켜는 잎이 떨어진 자리를 코르크화해서 수분이 증발해 나가거나 해로운 미생물이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성질도 갖고 있다.

낙엽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같은 낙엽수는 늦가을에
떨켜를 만들어 일제히 잎을 떨어뜨리고 벌거숭이가 된다.

그러나 밤나무나 떡갈나무는 떨켜를 만들 줄 모른다.
본래 이들 식물이 더운 지역에 살았기 때문에
떨켜를 만들어 낙엽을 떨어뜨려야만 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그 때문에 이들 식물은 겨울이 되어 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바싹 마르더라도
가지에 붙어 있다가 겨울의 강풍에 조금씩 나무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 나오는 담쟁이덩굴도 잎에 떨켜를 만들지 않는 식물이다.

낙엽의 원인은 잎의 입자루와 가지가 붙어있는 부분에 떨켜라고 하는 특별한 조직이 생겨,
거기서 일이 부러지게 되어 모체에서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 자라는 대부분의 낙엽수는 추운 겨울이 오면 떨켜를 형성하여 잎을 떨어버림으로써,
잎이 떨어진 자리를 보호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떨켜는 관다발을 막는 역할을 하여 잎과 줄기간의 수분과 양분의 교류를 막음)

그런데 상수리 나무, 밤나무, 떡갈나무 등의 참나과과 식물들은 떨켜를 만들 줄 모른다.
이것은 본래 이들 식물이 더운 남방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떨켜를 만들어 낙엽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이들 식물은 계절이 추워지고 잎이 갈색으로 되어도 떨켜가 형성되지 않아,
이들의 마른 잎은 언제까지고 가지에 붙어 있다가
늦가을 강풍에 쥐어 뜯기듯 하여 조금씩 나무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웹검색에서


*누레오치바(젖은 낙엽)란?
쓸어내려고 해도 땅바닥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 젖은 낙엽.
게다가 한번 태워보려고 해도 매캐한 연기만 요란하게 나올 뿐
불붙을 기미는 보이지도 않는 젖은 낙엽은 그저 짜증나는 존재일 뿐이라는 일본의 신조어
(주로 정년퇴직한 남편을 이르는 아내들의 말!)





댓글목록

이양섭님의 댓글

이양섭 작성일

  수 년 전 아름다운 홍천 물 가에서  그이와 막국수를 먹던 추억이....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떨켜라는 말을 참으로 오랫만에 만나는군요.누레오치바란 단어는 처음 대하는 듯 합니다.인생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맹그시네요.저는 내년이면 홍천 산골로 들어가 볼 요량으로 올 해에 터를 마련했지요.자그마한 개울을 끼고 사철 마르지 않을만큼의 물이 흐르지요.가재가 살 듯합니다만 아직 보지는 못했습니다.누레오치바가 될지도 모르겠으나 떨켜를 만들 줄 아는 나무가 되고 싶군요.늘 가슴떨리게 하는 글을 띄워주심에 가슴이 파르르 떨곤 합니다.고맙습니다.저와 머지않은 곳에 둥지를 갖고 계시더군요.저는 잠자리는 석계역이고 밥줄은 팔당에 대놓고 있지요.

이요조님의 댓글

이요조 작성일

  <IFRAME frameBorder=0 height=1 scrolling=no src="http://mmail.bugs.co.kr/mletter1/write_mail.asp?music_idx=kor0F131769," width=1></IFRAME>음악소스

이요조님의 댓글

이요조 작성일

  관리자님! 도와주세요. 저도 IFRAME 음악소스를 아래에더 기재 할려니 이상스레 끊어지길래 리플에다가 달았더니 써라운드가 되네요. 이를 어째요?꼬리말은 삭제가 안되는지요?

홍사진님의 댓글

홍사진 작성일

  하~ 요조님 감각은 항상 지난날을 돌이켜 보게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요조님의 댓글

이요조 작성일

  원문 음악소스를 지워냈습니다. 양섭님 길영님.. 반갑습니다. 부럽네요 홍천에다가 사철 물마르지 않는 곳에 안거를 하시겠다니요...

우정호님의 댓글

우정호 작성일

  괜히 수업시간으로 돌아간 기분이네요 교과서를 다시 봐야 겠습니다.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다음에 비와 바람을 막을만만 해지면 꽃님들께 삽짝을 훨쩍 열어둘 생각이랍니다.아무때나 자기가 좋을 때 훌쩍 들러서 발뻗고 딩굴다가 아무때나 훌쩍 날라가 버려도 괘념치 않을 그런 곳으로 둘까 합니다.누실명을 잘 읽었으니 매창이어도  아니어도 제 맘일 그런 곳으루요. 손보기가 대강만 되면 꽃님들께 띄울 생각이니 꽃님들께서 알아서 할 일입니다.누가 '오는 이 막지않고 가는이 잡지 않는다' 하더이다.행운유수라 했던가요.단 저와 짝지는 피보리 서말에 간장 한 동이와 된장 고추장 한 보시기씩만 두고 딩굴거니 빈 집은 아닐겝니다.이미 진도잡종 강아지도 남매를 구해서 팔당에서 기르기 시작했지요.홍천에 기화요초는 아닐지라도 이름있고 없는 들꽃은 깔려 있고 가재잡이나 허면서 나물먹고 팔베개 베고 하늘보며 딩굴랍니다.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삽짝은 오는 이를 위하여 달기는 하지만 닫지는 않을겝니다.쉬이 마련되려는지는 아직 자신은 없습니다.

이요조님의 댓글

이요조 작성일

  이제 알았어요........딱 20년전, 하동 솔밭에 세 부부가 텐트를 쳤지요. 여지들끼리 얘길했어요 화려한도심 맨션이 좋으냐? 시골 초막이 좋으냐? 둘은 화려한 도시가 좋다 그러고 전 시골이 좋다 그러고... 20년 후 그 둘은 도심지 한가운데 살고 전...변두리 외곽에 사는군요. 그러나 걔네들 집으로 가서 살라믄 전 숨통이 조여들 것 같거든요. 여기 야생화 사이트가 왜 끌릴까 생각해 보니... 다들.. 저렁 그런 의미에서 밥코드가 비슷한 것 같아서요. 별 이재에 흥미도 없고 그냥 바람이 좋아 물이 좋아 산과들... 이름모를 꽃이 좋아 사는 참... 풍류객들로만 모인 것을 느꼈어요. 이제사....

이길영님의 댓글

이길영 작성일

  하동 섬진강 포구의 솔밭과 세모래밭은 잊을 수가 없지요.아마 그만한 곳을 찾기도 쉽지 않을겝니다.솔밭을 거니는 가슴이나 맨발로 세모래밭을 걷는 기분은 아는이만이 알겠지요.거기에 재첩국이 있고,흙피리의 한태주 군이 있고,평사리엔 토지의 무대가 재현(허구를 바탕으로 한 창작물이지요)되어 있고,화개장터를 볼 수 있고,상계사 십리 벚꽃길이 있고,구례에서 압록까지는 유홍준 교수가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길이라 했고...겨울여행을 그 쪽으로 가볼까 합니다.